신냉전의 구축 과정과 특징 그리고 한반도

한반도의 특수성: ‘탈냉전’을 건너뛰고 냉전에서 신냉전으로 급변

한반도는 특수한 지역이다. 1990년대 지구적 차원에서 탈냉전이 진행되었지만 한반도는 냉전의 대결 상태로 남아 있었다. 오히려 냉전시대보다 더 격렬한 대결이 진행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북미 핵공방이 진행되었고 수 차례 전쟁 위기가 발생하기도 했다.

탈냉전 시기에도 냉전적 대결이 지속되었던 한반도의 특수성은 북미 대결 구도가 한반도 문제의 중심고리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지구적 차원의 탈냉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던 북미 대결 구도가 청산되지 않음으로써 한반도는 냉전적 대결 시대를 살아가야 했던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한반도 핵문제는 냉전의 지속과 더불어 냉전의 종결을 동시에 야기시켰다. ‘북한의 핵개발 의혹’으로 시작된 한반도 핵문제는 냉전이 한반도에서 지속되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북핵’을 저지하고자 하는 한미동맹과 한미동맹의 적대정책에 맞서려는 북의 정치군사적 대응이 충돌함으로써 냉전이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2018년의 상황에서 확인되었듯이 북의 핵무기와 ICBM의 보유는 냉전을 종결시키는 결정적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가장 오랜 적대관계’를 끝내기 위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에서 확인되었던 것처럼 한반도 냉전을 종식시키려 했던 과정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한반도는 다시 냉전적 대결 상태로 회귀하는가? 두 가지 차원에서 한반도는 냉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대결 상태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

첫째, 신냉전의 급습이다. 미중 대결과 미러 대결을 중심축으로 하는 신냉전은 한국과 미국이 예속적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현실로 인해 한반도를 향해 급격한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미중 군사적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한반도 역시 신냉전에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둘째, 북미 핵대결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 기지에 핵무기를 다시 배치하려 한다. 한미 작전계획(사실상 전쟁계획)을 최신화하고 있다. 한미군사연습과 훈련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맞서 북은 지난 글에서 밝혔던 것처럼 핵선제공격을 법제화하면서 미국의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의 핵과 북의 핵이 정면으로 맞붙는 ‘핵 강대강 대결 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구적 차원의 탈냉전기에도 냉전 지대로 남아있었던 한반도는 탈냉전을 건너뛰고 냉전에서 신냉전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신냉전의 특징: 한반도 차원

신냉전이 장기성과 첨예성을 갖는다는 것을 앞선 글에서 언급한 바 있다. 한반도의 신냉전 역시 지구적 차원의 신냉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장기성과 첨예성을 띠게 마련이다. 오히려 장기성과 첨예성은 한반도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장기성이라는 성격은 북미 대결이 장기성을 띨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서 나온다. 이번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밝힌 것처럼 북은 핵무기를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즉 비핵화 회담은 종료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비핵화에 사로잡혀 있다. 물론 일각에서 북의 핵보유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긴 하지만 그것이 바이든 정부의 정책으로 채택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북미 교착 상태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첨예성은 미국의 침략적 본성과 북의 혁명전통이 충돌하는 ‘강대강 대결’에서 파생되는 성격이다. 이미 미국은 중국, 러시아와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중국, 러시아는 영토도 넓고, 핵무기도 다량 보유한 강대국이다. 이같은 강대국과 직접 전면적 대결을 펼치는 것은 부담이 크다. 이에 반해 북은 비록 핵무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 러시아보다는 그 숫자도 작을 뿐 아니라 영토와 인구도 작다. 미국이 누군가와 전쟁을 벌여야 한다면 중국, 러시아보다는 북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북은 김일성시대, 김정일시대를 이어 김정은시대에서도 혁명전통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제국주의자들의 전쟁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다. 대결에는 대결로, 전면전에는 전면전으로 대응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핵정책법령’을 채택한 것 역시 혁명전통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북은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대미전략을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것”으로 설정하고 국가방위력 강화 방침을 천명한 바 있다. 얼마 전 시정연설에서는 ‘전술핵운용공간 확장과 적용수단의 다양화를 통한 핵전투태세 강화’와 ‘첨단전략전술무기체계들의 실전배비사업’을 천명했다. 미국과의 전면대결을 불사하겠다는 태세이다.

신냉전에 대한 정확한 인식 필요

정세는 더욱 격화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으며, 8월 초 낸시 펠로시 미하원의장이 지펴올린 불씨로 인해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미중 긴장 역시 더욱 고조될 것이다. 북미 대결 역시 시간이 갈수록 더욱 격화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신냉전을 정확히 인식해야 격화되는 정세 속에서 올바른 실천 방향을 도출할 수 있다. 신냉전을 정확히 인식하는데서 가장 기본이 될 수 있는 세 가지 내용을 제시하면서 본 연재를 마감한다.

첫째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 혹은 재개되어야 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2018년의 남북선언과 북미 정상합의가 깨지면서 이미 비핵화 협상은 종말을 고했다. 한반도 평화와 한반도 비핵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사고가 오랫동안 정설로 인정되어왔다. 1990년대 북미 협상, 2000년대 6자회담 등에서 일관되게 다루어졌던 것이 한반도 비핵화였기 때문에 그같은 사고가 형성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고 한반도 비핵화가 한반도 문제를 푸는 중요한 해법인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신냉전시대이다. 상황이 바뀌었다. 전쟁의 시대에 핵무기를 포기할 바보는 없다.

둘째 신냉전은 열전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침략적 본성상 전쟁이라는 수단을 포기하지 않는다. 중국, 러시아 역시 미국과의 대결을 회피하려 하지 않는다. 이는 북 역시 마찬가지이다. 핵무기와 ICBM을 보유한 4개의 국가가 치열한 정치군사적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이 신냉전이다. 신냉전이 반드시 전쟁으로 귀결된다는 비관적 사고도 위험하지만 신냉전이 절대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사고는 더욱 위험하다. 신냉전 시대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막아야 하는 것이다. 전쟁을 막기 위한 적극적 행동을 모색해야 할 때이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비과학적 낙관론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셋째 신냉전의 유발자가 미국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대만해협에서 그리고 한반도에서 기존 합의를 어기고 정치군사적 대결 국면을 만들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 나토를 동진하지 않겠다는 약속,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겠다는 약속, 대북적대정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결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했고, 대만 해협과 한반도에서 대결이 격화되고 있다. 따라서 전쟁을 막고자 한다면 미국의 정책을 막아야 한다. 반미(反美)가 없는 반전(反戰)은 미국의 프로파간다에 놀아나는 것이지 결코 평화운동이 될 수 없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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