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의 구축 과정과 특징 그리고 한반도

9월 8일 북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이하 ‘핵정책법령’)라는 법령을 채택했다. 2013년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데 대하여”(이하 ‘핵보유법령’)라는 법령에 이은 두 번째 핵무기 관련 법령이다. 2013년 법령이 핵무기의 목적과 관리, 사용 원칙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었다면 이번에 채택된 법령은 핵무기의 사명과 목적, 지휘통제, 사용 결정, 사용 목적과 원칙, 사용 조건 등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핵정책법령’ 채택을 “국가방위수단으로서 전쟁억제력을 법적으로 가지게 되었음을 내외에 선포한 특기할 사변”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국가와 인민의 영원한 안전과 만년대계의 미래까지도 확고히 담보할 수 있는 정치적, 제도적 장치가 갖추어지는 또 하나의 중대한 력사적 위업이 달성되었다”고 평가하였다. 무엇보다 “핵무력정책을 법적으로까지 완전고착”시켰다는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완전고착”이라는 표현은 “미국이 조성해놓은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형세하에서, 더우기 핵적수국인 미국을 전망적으로 견제해야 할 우리로서는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발언과 연결된다.

최근 북은 주변정세를 “더욱 극단적으로 격화될 수 있는 위험성”(2022년 조선노동당 8기 5차 전원회의)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핵무기의 역할과 사명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시작했다. 핵무기의 역할과 사명은 “그 누구와 맞서든 우리 군사적 강세를 보다 확실한 것으로” 만들고 “임의의 전쟁상황에서 각이한 작전의 목적과 임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둘째가는 사명” 즉 핵선제사용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발언들이 종합되어 이번에 ‘핵정책법령’이 채택된 것이다.

‘핵정책법령’에 담겨있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법령 전문 바로가기)

▲ 9월 9일 노동신문은 '핵정책법령' 전문을 공개했다.
▲ 9월 9일 노동신문은 '핵정책법령' 전문을 공개했다.

법령 채택의 목적: 오판을 막아 핵전쟁 위험을 줄이는 것

법령은 서문에서 핵무력정책을 공개하고, 핵무기사용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이유를 “핵무기보유국들사이의 오판과 핵무기의 람용을 막”고 “핵전쟁위험을 최대한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핵무기 보유국들 사이의 오판은 상대방의 정책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데서 오게 마련이다. 상대방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못할) 것이라는 오판, 상대방이 핵무기를 아무떼고 사용할 것이라는 오판 등이 핵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

북은 핵무기정책을 법제화하고 그것을 공개한 최초의 핵보유국이다. 북은 그 이유를 오판 방지, 핵전쟁 방지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핵무력의 지휘통제: 국무위원장이 모든 결정권 보유

법령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고 규정하였다. 국무위원장 유일지휘통제체계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최종명령에 의하여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2013년 ‘핵보유법령’과 세 가지 차이를 보인다.

첫째, ‘핵보유법령’은 ‘최고사령관’을 결정 주체로 규정했고, ‘핵정책법령’은 ‘국무위원장’을 결정 주체로 규정했다. 2017년 북은 핵무기를 ‘국가핵무력’으로 명명한 바 있다. 따라서 핵정책 집행 단위를 군대가 아닌 국가로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핵보유법령’은 핵무기 사용권에 대해서만 규정했고, ‘핵정책법령’은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결정권”을 규정하고 있다. 핵무기 사용뿐 아니라 관리, 지휘, 통제 나아가 폐기까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국무위원장에게 집중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핵무기 지휘통제체계가 공격받을 위험에 처할 경우 자동적으로 핵공격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는 ‘핵보유법령’에는 없던 내용이다. 이는 미국의 핵선제공격에 대비한 문구로 보인다. 미국이 핵무기 결정 주체인 국무위원장 그리고 핵무기들을 제거하기 위해 무차별적인 핵선제공격을 시작했을 경우엔 별도의 지휘와 명령이 없더라도 자동적으로 미국에 핵공격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핵무기의 사용원칙과 조건: 최후의 수단이지만 필요할 경우 핵선제공격 가능

법령은 핵무기를 “최후의 수단”으로 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규제했다. 핵무기 사용을 남발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이다. 또한 비핵국가들에게는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규제했다. 다만, 비핵국가라고 하더라도 핵보유국과 결탁하여 북을 공격할 경우에는 예외로 했다.

핵무기를 최후 수단으로 규제했기 때문에 핵무기는 다음과 같은 다섯 조건에서만 사용된다.

공화국, 국가지도부와 핵무력지휘기구, 국가의 중요전략시설이 공격받거나 공격이 임박한 경우, 장기화를 막기 위해 작전상 필요한 경우,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파국적 위기가 초래하여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가 핵무기 사용 조건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공격을 받았을 경우 외에 공격이 임박한 경우 그리고 장기전의 경우, 불가피한 경우에도 핵무기 사용 조건으로 규제했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22년 4월 25일 열병식에서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리익을 침탈하려든다면 우리 핵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라는 밝힌 바 있는데, 이같은 내용이 법제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북은 위의 다섯 가지 조건을 ‘국가의 근본이익이 침탈되는 조건’으로 규정한 것이다. 핵공격뿐 아니라 근본이익을 침탈하기 위한 비핵공격 그리고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즉 핵선제공격을 법제화한 것이다.

핵보유국의 국제적 의무: 핵사고 예방과 핵무기이전 금지

NPT(핵확신금지조약) 등 핵무기 관련 국제조약에서 채택한 핵보유국의 의무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핵사고 예방과 핵무기이전 금지가 그것이다. ‘핵정책법령’은 이같은 국제적 의무에 대해서도 규정했다.

핵무기의 보관, 갱신, 폐기 등 확무기보관관리제도를 수립하고, 핵무기 관련한 기술과 설비 그리고 핵물질이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대책을 세울 것을 규제하고 있다. 또한 핵무기를 다른 나라에 배치하지 않고, 공유하지 않고, 핵무기 관련 기술과 설비, 무기급핵물질을 이전하지 않는다고 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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