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의 구축 과정과 특징 그리고 한반도

펠로시 미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우발적 사건이 아니다

8월 초 미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자체가 1997년 이후 최초이며, 펠로시는 미국을 대표하는 반중인사이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 “불장난하면 타 죽는다”고 경고할 정도로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펠로시 방문을 중단시킬 것을 촉구했다고 한다.

애초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4월에 계획되었다. 4월 10일 대만관계법 제정 43주년을 맞아 추진한 것이었다. 대만관계법이 미국의 대만 지원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4월 10일 기념 대만 방문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 의사를 분명히 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가 깃들어 있는 것이었다.

펠로시가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4월의 대만 방문은 무산되었다. 8월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4월 무산된 것을 재추진하는 것이었다. 언론에서는 ‘싱가포르-말레시아-한국-일본’로 이어지는 펠로시의 8월 아시아 순방길에 대만 방문을 할것인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사실 대만 방문은 이미 기정사실이었던 셈이었다.

펠로시 대만 방문 관련하여 또 하나 바로잡아야 할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다. 우리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펠로시의 방문에 대해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보도했지만 “미국의 군지도부는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다”는 것이 정확한 발언이다. 바이든의 발언은 미국의 군부가 펠로시의 방문에 대해 회의적 견해를 갖고 있었지만 대통령이 그것을 기각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미국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추진되던 4월 5일 대만에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시스템 판매를 승인했다. 또한 3월 1일 전 합참의장, 전 국가안보부보좌관, 전 국방부차관 등이 바이든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대만을 방문했다. 2022년 3월과 4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대만 역시 중국의 공격을 받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가 고조되던 시기였다. 미국은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대만을 지켜주고 도와줄 것이라는 일련의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었던 것이고,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그것의 대미(大尾)였던 셈이다.

그러나 신냉전의 정세와 특징을 감안하면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대만 지키기’ 메시지라는 분석 역시 일면적이고 표면적인 것이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더 치밀한 미국의 정치 기획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아시아의 신냉전 유발자 펠로시

펠로시가 미국의 대표적인 반중인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4년차 하원의원이었던 펠로시는 1991년 미국 의원들과 함께 베이징을 방문하고 있었다. 어느 날 밤 펠로시는 몇몇 동료의원들, 동행한 미국 기자들과 함께 호텔을 몰래 빠져나와 천안문 광장에서 플래카드를 펼쳤다. 플래카드에는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게“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1989년 천안문 사태에서 숨진 학생과 시민을 추모하는 돌출행동이었다.

▲ 1991년 베이징에서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게“라는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낸시 펠로시(가운데)[사진:미하원의장실]
▲ 1991년 베이징에서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게“라는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낸시 펠로시(가운데)[사진:미하원의장실]

아마도 아시아순방길에 오르기 전에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펠로시는 “중국이 대만과의 긴장을 극적으로 높이고 있다”면서 “중국 공산당이 대만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대만’과 ‘독재국가 중국’을 대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권위주의에 맞선다는 미국의 신냉전 언술체계가 그대로 베어있다. 미국은 ‘독재국가 중국’의 위협을 받고 있는 ‘민주주의 대만’을 수호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펠로시의 기고문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실제로 우리는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에 이 여행을 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계획적이고 불법적인 전쟁을 벌이고 수천 명의 무고한 사람들, 심지어 어린이들을 살해함에 따라 미국과 동맹국들은 우리가 절대 독재자들에게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월에 내가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키예프로 포위된 국가를 방문하는 최고위급 미국 방문일 때 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와 전 세계의 민주주의를 위한 민주주의 수호를 존경한다고 전했습니다.

대만을 방문함으로써 우리는 대만의 자유와 - 나아가 모든 민주주의 체제가 - 존중되어야 함을 재확인함으로써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지킬 것입니다.”

러시아와 중국을 ‘독재국가’로, 우크라이나와 대만을 억압받는 ‘민주주의국가’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를 위해 미국이 지원하는 것처럼 대만을 위한 미국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우크라이나를 분쟁지역화하기 위한 10여년 간에 걸친 미국의 정치공작을 확인했다. 이제 미국의 정치공작은 중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 첨병의 역할을 낸시 펠로시가 담당한 것이다. ‘대만 지키기’라는 것은 명분이다. 대통령 바이든의 ‘묵인’(어쩌면 공동기획) 아래 추진된 미하원의장 펠로시의 방문은 신냉전을 중국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미국의 기획이었던 것이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으로 신냉전을 중국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미국의 기획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방문 당시 2대의 중국 항공모함과 1대의 미국 항공모함이 대만해협에 집중되었다. 중국은 소위 대만에 대한 ‘포위 사격 훈련’을 일주일동안 진행했으며, 미국은 타이완 무기 판매 승인을 미의회에 요청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대만은 ‘우크라이나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로 성큼 다가온 신냉전

펠로시 방문 이후 대만해협에서의 긴장이 고조되자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하여 주한미군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의회조사국의 보고서는 미의회가 정책이나 법안을 마련할 때 참고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미의회가 대만해협에서 미중 간의 충돌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이 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 ‘강 건너 불구경’일 수 있다. 그러나 대만해협에서의 충돌은 ‘발등의 불’이다. 신냉전은 우리 한반도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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