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사측이 노동조합과 노동자에 청구한 손배‧가압류 금액은 3,160억 원에 이른다.

최근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며 51일간의 파업 끝에 겨우 4.5% 임금인상에 타결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에 대해 500억 원, 15년째 그대로인 운송료를 인상하기 위해 고공농성 중인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에 28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해당 노동자의 재산은 가압류 상태에 들어간다.

정부와 기업은 이처럼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에게 천문학적 금액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청구해 노동자의 월급, 퇴직금, 집, 전세금까지 탈탈 털어간다. 동시에 노조에서 탈퇴하거나 퇴사하면 이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며 회유한다. 그렇다고 제 혼자 살겠다고 노조와 동료를 배신할 수는 없는 노릇. 손배·가압류는 이렇게 잔인한 방법으로 노조를 파괴하고 단결을 무너트린다.

노조활동을 하다가 감옥에 가는 것은 몸으로 때운다 치더라도, 손배·가압류는 노동자의 삶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그 결과 수많은 노동자가 자포자기하고 노조를 탈퇴했고 그들의 가정은 파탄 났다. 심지어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연달아 일어났다.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를 시작으로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 그리고 3000명 해고에 투쟁한 쌍용자동차 노동자 30여 명이 삶을 포기한 것도 손배·가압류에 따른 압박을 견디지 못해서다.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경험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손배·가압류 소송 피해 노동자 30.9%가 ‘있다’고 답했다. 같은 연령대와 업종에서 1.3%인데 비하면 20배나 높은 수치다.

결국 손배·가압류 청구가 계속되는 한 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은 멈추지 않는다는 의미다.

노란봉투법이 절실한 이유

손배·가압류를 이용한 자본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노동3권, 특히 합법 파업의 범위를 넓히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의 요건과 범위를 제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절실해 졌다.

최근 정권과 자본은 노조의 파업에 대해 형사처벌보다 손배·가압류 청구를 선호하는 추세다.

실제 노조활동으로 인한 형사처벌의 경우 그 대상이 노조 간부에 한정되는 반면 민사 사건인 손배·가압류는 사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손쉽게 확대할 수 있어 조합원에 대한 심리적, 물질적 압박을 통한 노동기본권 제약이 가능하다.

또한 형사처벌의 경우 확정 판결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손배·가압류 청구는 아주 신속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용자 측이 노조를 탄압하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 된다.

이처럼 사용자 측이 손배·가압류를 무기로 헌법이 보장한 노조할 권리, 파업할 권리 등 노동기본권을 유린하기 때문에 ‘노란봉투법’은 더욱 절박한 과제로 떠올랐다.

정기국회, ‘노란봉투법’ 처리를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2016년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지만, 20·21대 국회를 거치는 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다.

‘노란봉투법’은 현재 총 4건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 법안들은 공통적으로 △노조활동에 따른 손해배상·가압류 제한 △노조원 등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손해가 아니라면 사측이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노란봉투법 발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노동자 범위를 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 등 특수고용노동자와 하청업체 노동자 등 간접고용노동자까지 확대하는 법안을 조만간 발의한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가 ‘노란봉투법’ 투쟁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기국회에 ‘노란봉투법’ 제정 여론이 거세지자 여당인 국민의힘은 “기업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반대 뜻을 밝혔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경제가 어려운데 기업을 어렵게 만든다”라며 '친재벌 반노동'적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추석 연휴마저 농성을 이어가는 ‘하이트진로’와 ‘대우조선해양’ 노동자의 투쟁을 이끌고 있는 민주노총으로선 하반기 ‘노란봉투법’ 제정을 둘러싸고 윤석열 정권과의 정면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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