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국·러시아·미국의 경제 현황

신냉전 국제질서가 구축되면서 미국과 서구 중심의 경제블록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가 출범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 브릭스(BRICS)가 중심이된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은 더욱 공고해졌다. 양 진영이 구축한 경제블럭에 대한 진단을 통해 세계 경제질서의 재편 방향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

(1) 중국·러시아·미국의 경제 현황
(2) 세계 공급망 재편과 경제블록의 흥망성세

1. 중국 경제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빠르게 성장하여 1987~2017년 30년 사이에 GDP가 세 배로 늘었다. 2010년 GDP에서 일본을 제치고 G2가 되어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중국의 명목GDP는 미국의 74% 수준이지만(2021년), 구매력 기준(물가 반영)으로는 2014년부터 이미 미국을 앞서고 있다(세계은행, 2015). 일대일로에 1조 달러 이상을 투자하여 세계 교역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2020년 코로나 위기 때도 세계의 공장으로 경제 회복을 견인하였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하여 세계 최대 무역국이 되었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는 수출주도 양적성장에 한계를 느끼며 내수주도 질적성장으로 전환하고, 사회안전망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정책으로 부동산과 SOC에 주력하면서 확대재정으로 부채가 증가하였다. 2019년부터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내수확장으로 실물경제에 기반한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수출도 가공무역인 완제품 위주에서 중간재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자급률 및 가공무역 비중 [출처 : 글로벌 가치사슬의 패러다임 변화와 한국무역의 미래(한국무역협회)]
▲중국의 수출자급률 및 가공무역 비중 [출처 : 글로벌 가치사슬의 패러다임 변화와 한국무역의 미래(한국무역협회)]

중국은 효율적인 물류시스템, 풍부하고 우수한 노동력, 거대한 내수시장 등에 기반하여 조립·제조 능력에서 주요 업종 모든 품목의 생산량·소비량에서 세계 1위이다. UN산업개발기구가 발표하는 세계산업경쟁력퍼포먼스지수에서는 독일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세계시장 점유율이 태양광모듈 70%, 스마트폰 40%이상, 통신네트워크 40%이상, 평면디스플레이 35%, LED 20%이다. 최근 중국제조 2025로 세계 1위 제조강국을 지향하고 있는데 인공지능, 빅데이터, 5G, 슈퍼컴퓨터 등 첨단기술에서 이미 미국과 대등한 수준이다. 취약한 부분은 자립률이 17%인 반도체 등 부품소재이다.

세계적으로 중국이 최대 교역상대국인 국가가 100개가 넘으며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에서 인프라 투자(대출)로 파나마운하, 새만금 같은 대규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및 국제기구의 신흥국 대출 (단위 : 십억 불) [자료: 최필수(2021) 재인용, 국제금융센터 Issue Analysis (2020.5.22.)]
▲중국 및 국제기구의 신흥국 대출 (단위 : 십억 불) [자료: 최필수(2021) 재인용, 국제금융센터 Issue Analysis (2020.5.22.)]

2. 러시아 경제

1990년 소련 몰락 이후 러시아는 혼란에 빠져 1998년 국가부도 상태로 외채 상환유예를 선언하였다. 체제전환 과정에서 국유자산이 사유화되어 올리가르히(과두재벌)에게 이전되었고, 이들은 부패하고 방탕하여 공공서비스가 크게 후퇴하였다.

소련은 15개 국가로 해체되어 연결망이 붕괴되었고, 러시아는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되면서 러시아식 경제시스템을 준비하지 못한 가운데 글로벌 경제에 무리하게 노출되어 극심한 경기침체를 경험하였다. 자존심이 무너진 국민들은 과두재벌의 부패를 척결하는 푸틴의 경제개혁을 전폭 지지하였다.

옐친 사퇴 이후 2001년 대통령에 당선된 푸틴은, 중앙집권적 연방체제를 확립하고 국가우선 정책을 실시하였다. 혼란 과정에서 기간산업을 차지한 올리가르히들의 탈세와 불법 등 전횡을 처벌하고 에너지(전력, 가스, 송유관), 자원, 원자력, 항공 등 국가전략 산업의 국유화와 세제개혁을 실행하였다.

자원 국유화로 에너지 부분을 국가가 통제하면서 재정이 안정된 러시아는, 2002~2008년 8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 7% 이상을 기록하는 고도성장을 달성하였고 실업률도 5% 이하로 떨어졌다. 근로자들은 평균임금이 인상되었고,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GDP 세계 20위였던 러시아는 2008년 GDP 9위까지 올라가게 되는데, 이는 신흥국 중에서 중국, 브라질 다음으로 높은 순위였다. 아울러 2006년 러시아는 카자흐스탄, 벨라루스와 관세동맹 창설에 합의하는 등 구소련 구성국들과의 경제통합을 도모하였다.

푸틴은 또한 전략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여, 2008년 ‘국가안보상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 분야의 외국인 투자절차법’을 제정하여 국부유출과 기간산업의 외국인소유를 막았고 원유 수입으로 국부펀드를 조성하였다. 푸틴의 경제개혁으로 2003년 주식시장에서 20%였던 정부 지분 비중은 2017년 35%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러시아는 석유·가스 생산이 경제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데, GDP의 20~25%, 수출의 70%, 재정수입의 50%를 차지하고 있고, 주력 10대 기업들의 대부분이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다.

한편 2013년 우크라이나에서 친서방 정권교체가 일어나자 돈바스 내전이 시작되었다. 2014년 러시아계 주민이 60% 이상인 크림반도는 97% 찬성 투표로 러시아와 합병하였다.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로 방위산업에 필요한 부품 수입과 농축산물 수입 등이 금지되었다. 이에 러시아는 2015년 수입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입대체 산업정책으로 선회하여 식량안보, 축산업 자립화를 이루고 나아가 항공, 무선전자, 제약, 의료, 조선 산업의 자립화를 추진하였다. 러시아는 기초과학 기술 분야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유한 국가로 4차 산업혁명 기술도 상당한 수준이며 우주개발, 비대칭무기 분야에서는 미국과 우열을 다투고 있다.

하지만 최첨단 전자 장비 핵심 소재인 반도체 첨단 칩을 생산하지 못하는데, 서방으로부터 수입이 금지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반도체 자국 생산을 위해 10년 내 9조 5,000억원을 투입해서 자립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미국과 서방의 제재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인도, 중국 등 여러 나라들이 미국 제재에 가담하지 않고 러시아의 석유·가스를 수입하고 있으며, 공급망 불안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여 러시아가 오히려 큰 이익을 보았고, 루블화도 안정되었다.

3. 미국 경제

세계경제에서 미국의 위상을 보면, 먼저 GDP는 2020년 기준 약 21조 달러로 세계 GDP의 25% 정도를 차지하며,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수입 비중은 20% 정도이다. 다음으로 국제교역에서 달러 결제 비중은 65~70%에 달한다. 또한 금융, 서비스 분야와 첨단 제조업에서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미국의 양적 경제지표는 우수하지만 ‘성장 둔화’, ‘양극화 심화’, ‘무역·재정 적자’, ‘부채 경제’ 등은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먼저, 미국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면, 1994~2001년 사이 3.7%였는데, 1980~2008년 사이 2.3%로 낮아졌고, 2009~2014년 사이 1.2%로 하락하였다.

코로나이후 경제회복으로 올해 초 3.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던 미국의 2022년 GDP 성장률 예상치도 7월 2.1%까지 하향 조정됐고, 2023년 성장률 전망치는 1.3%에 불과하다.

▲ 미국 경제성장률 추이 (단위 : %) [자료 : FRED]
▲ 미국 경제성장률 추이 (단위 : %) [자료 : FRED]

다음으로, 줄어든 성장의 과실마저 상위계층의 소수에게 돌아가서 노동자 계층이 가져가는 몫은 1980년 75%에서 2010년 60%로 하락했다. 반면 상위 1%는 미국 전체 소득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세 사람인 베이조스(아마존 대표),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대표)의 자산을 합치면 미국 하위 50%의 자산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스티글리츠, 고장난 미국자본주의, 어떻게 고쳐 쓸 것인가, 2021).

또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로 해마다 부채가 누적되고 있는 미국의 정부 부채는 2022년 30조 달러(약 4경원)나 되는데, 정부 부채에 대한 2021년 이자만 5,620억 달러(약 731조원)에 달한다.

1990년 소련 몰락 이후 장애물이 없어진 미국은 금융세계화로 신자유주의 체제를 확산시켰고 글로벌 공급사슬로 세계무역을 주도하였다. 미국의 기업들은 설계와 기획(지적소유권) 그리고 금융적 수단(배당·이자·인수합병차익·조세회피 등)로 고수익을 올렸고, 생산과정은 중국 등 개도국으로 이전하였다.

투기화된 금융은 이윤을 위해 글래스-스티걸법을 폐기하고 안전장치를 제거하여 결국 시스템 위기를 불러왔다. ‘단기수익을 추구하는 주주자본주의’, ‘미래의 소득을 당겨쓰는 부채경제’, ‘유동화·증권화로 인위적인 수요를 창출한 파생상품’ 등은 인간의 탐욕을 무제한으로 확장시킨 기제들이다.

월스트리트가 주도한 금융세계화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한계가 드러났고, 미국의 패권적 지위도 크게 약화되었다. 실물 기반 없는 금융경제에 의한 성장은 매우 취약하며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실제 2008년 이후 6년간 3.5조 달러의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었고, 2020년 코로나위기 이후 2년만에 5조 달러의 양적완화에도 경제가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실물경제에 기반한 중국은 G2로 성장하여 턱밑까지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결국 트럼프는 자유무역을 포기하고 보호무역으로 전환하여 중국의 추격을 차단하고 리쇼어링 등으로 제조업 부활을 시도했다. 바이든 역시 첨단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경제블록을 구축하고 미국혁신경제법안을 제정하여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핵심 광물 등의 보호·육성에 나서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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