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7일 차. 세 차례에 걸친 국토교통부와의 교섭은 결렬됐고, 화물연대는 7일 차에 접어든 총파업을 다시 1일 차로 규정하고 새로운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일주일이 막 지난 화물연대 총파업 과정에서 출범 초기 윤석열 정부의 본질을 볼 수 있다.

뒤집고 번복하고…

지난 10~12일 사흘간 이어진 화물연대-국토교통부 교섭은 끝내 최종 결렬됐다. 국토부와의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화물연대의 노력과는 달리 교섭 결렬은 예고된 결과였다.

지난 7일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이후 나흘 만에 열린 2차 교섭(10일)에서 화물연대는 국토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품목 확대’에 대해 약속하고 현실적인 유가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국토부는 “내부 논의를 거쳐 구체안을 마련해 오겠다”고 답했다.

이 와중에 교섭에 직접 참석하지 않은 국토부의 수장 원희룡 장관은 “국토부는 교섭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이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 앞에 서서 화물연대 파업을 두고 “노사 자율로 풀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화물연대를 교섭 상대로 인정하고 않고, 문제 해결에 정부의 역할은 외면하면서 교섭하는 척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다음 날 열린 3차 교섭, 긴 시간 이어진 교섭에서 한발 진전된 내용을 국토부가 뒤집는 일이 발생했다.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연장을 추진한다’는 안을 제시했고, 화물연대는 절충점을 찾기 위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그리고 ‘품목 확대 논의 약속’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지속 및 확대 등을 논의할 것을 약속한다’는 후퇴안을 들이밀었다.

국회에서 법안 논의가 시작되면 안전운임제에 대한 지속과 확대 여부를 논의하게 돼 있다. 국토부가 ‘논의할 것을 약속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용지물인 문구를 내놓은 것이며 자기 역할을 회피하는 행태와 다르지 않았다.

국토부는 교섭의 성격에 대해서도 ‘노정교섭이 아니라 이해 당사자 간 중재를 위한 실무교섭’이라 칭하며 대놓고 교섭 자체를 부정했다.

화물연대는 결국 국토교통부가 “대화했다는 명분을 쌓으려 교섭에 나왔고, 현장에 혼란을 가중시켜 총파업 대오를 흔들기 위한 얄팍한 수를 부렸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국민의힘이 또…

12일 열린 4차 교섭, 잠정 합의에 이르렀으나 여당인 국민의힘이 돌연 잠정 합의를 번복하며 결렬됐다.

국민의힘, 국토교통부, 화물연대본부, 화주단체(무역협회, 시멘트협회) 4자 간 ‘물류산업 정상화를 위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하고 형식과 내용에 합의했다.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품목 확대 적극 논의 약속’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발표 시점 조율만 남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공동성명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기존의 논의를 모두 뒤집고 “이후 어떠한 진전된 논의도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4자 간 합의를 제안한 국토부는 여당을 설득하지 못하고 국민의힘 반대를 이유로 4자 간 합의가 아니라 양자 간(국토부-화물연대) 합의, 그리고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품목 확대 논의’라는 후퇴안을 일방적으로 제시했고, 결국 교섭은 최종 결렬됐다.

안전운임제 도입 당시 반대하고 나섰던 장본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이로 인해 안전운임제는 3년 일몰제로, 일부 품목에만 적용되는 제한된 제도를 만들게 하더니, 결국 이번 합의도 뒤집어버렸다.

결국 정부와 집권당은 화물연대 파업의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이다.

▲ 광주 시민사회·노동단체가 13일 오전 광주 서구 국민의힘 광주시당 사무실에서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 관련 정부 여당에 대한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광주 시민사회·노동단체가 13일 오전 광주 서구 국민의힘 광주시당 사무실에서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 관련 정부 여당에 대한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ILO 협약 이행 의지 있는가

화물노동자의 투쟁과 이에 대한 대응을 보면 향후 윤석열 정부가 ILO(국제노동기구) 협약 이행의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총파업 돌입 후 첫 교섭을 하는데 나타나지도 않은 원희룡 장관이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고 말했던 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은 “정책적 사항이 주된 쟁점이어서 통상의 노사관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한 것이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2011년부터 “화물차 차주겸 기사와 같은 자영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익의 증진·방어를 위해 스스로 선택한 노동조합을 통해 단체교섭 등을 수단으로 ILO 협약 87호 및 98호에 따른 노동조합 권리를 전적으로 누리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여러 차례 요청해 왔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단체행동에 대해 형법, 특히 업무방해죄를 적용하여 구속·체포하고 형사처벌하는 것을 노동자의 시민적 자유 침해로 보고 이러한 관행을 시정할 것 역시 여러 차례 요청했다.

한국은 지난해 국회 동의를 거쳐 ILO 핵심협약인 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의 보호에 관한 협약’, 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대한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을 비준했고 지난 4월 20일 발효돼 국내법적 효력을 갖게 됐다. 이로써 한국은 본격적인 ILO 감시감독 시스템에 편입되어 핵심협약을 지키고 이행해야 할 국제법적 책임도 갖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10일 화물연대 파업 관련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 불인정에 대해 ILO의 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화물연대 파업은 결사의 자유에 관한 두 협약이 발효한 후 한국정부가 협약 이행 의지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첫 번째 사례다.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와 국토부는 “교섭 대상이 아니다”, “통상의 노사관계가 아니다”는 말로 화물연대 파업을 대하며 책임은 회피했고, 집권당 국민의힘은 어렵게 도출한 합의를 부정했다. 총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 62명을 연행했고, 그중 2명은 구속됐다.

누가 누가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있는지가 뚜렷하다. 윤석열 정부의 본질을 파악하기 어렵지 않은 시간이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